“나는 항상 패배자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약하다. 환자, 외국인, 반에서 뚱뚱한 남자애, 아무도 춤추자고 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심장이 뛴다. 어떤 면에서는 나도 영원히 그들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71p.

- 디지털 기술로 광고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대행사에 돈을 지불할 필요 없이 미디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브랜드메시지에 거품을 얹어 커뮤니케이션하던 시대는 지났다. 전통적 대형 에이전시들이 이 Chaos를 잘 뚫고 나갈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미 해군 제임스 스톡데일은 월남전에서 포로가 되어 8년간 20여 차례나 고문을 당하며 수감되었지만, 그 Chaos에서 마침내 풀려나 3성장군이 됩니다. 그에 따르면, 풀려날 가능성이 없다고 포기한 비관론자들은 수감생활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나 견디지 못하는 건 낙관론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리스마스에는 나가겠지, 부활절에는 추수감사절에는 나가겠지 하는 헛된 희망에 목을 매다가 결국은 울부짖으며 죽어갑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그는 역설적으로 말합니다.

- 아주 중요한 얘기인데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신념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것과
아무리 가혹하더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별개입니다.

광고의 미래를 Chaos로 바라보고 두려워하는 것은 무용한 비관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낙관적으로는, 광고의 본질은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같은 것이겠지요. 그것은 Creativity입니다. 다만 그 본질을 전달하는 매개, 즉 Media가 시대에 따라 달라질 뿐이지요. 여러분은 Creator입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처음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지요. 이것은 조물주, 또는 神과 거의 동급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위대합니다. 창조의 위대함이 미디어라는 종속변수 쯤에 압도될 리 없습니다.

제일기획 김낙회 사장, 12월의 樂書. 스톡데일 패러독스.
“生於憂患 死於安樂”

맹자에 나오는 말.


걱정과 괴로움이 나를 살게 할 것이고,
편안함과 즐거움이 나를 죽게 할 것이다.

‘막걸리나’ 가사에 대한 소고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언어, 한국어 히어링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 요즘.
월간 윤종신의 ‘막걸리나’를 들었을 때, 사실 난 그 가사를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
(발음을 그렇게 정확히 한다는 윤종신의 보컬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되는 가사는 이 부분이다.

그녀가 나를 사랑해 오 막걸리나
이렇게 아름다운 그녀가 나를 사랑해
oh [            ] magic 오 막걸리나


처음 들었을 때는
아이워너매직(i wanna magic)‘이었고, (문법은 잠시 접어둬;)

그렇게 믿으며 약 1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번주 금요일.
슈스케에서 버스커버스커가 이 노래를 불렀다.
나는 깨달았다.
아, 이 가사는 ‘알콜이 매직(alcohol이 magic)‘이었구나.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토요일. 나는 버스커 버스커에 대한 무한 애정으로 다시 TV 클립을 반복해 듣고 있었다.
어떤 생각이 내 머리를 번개처럼 스쳐갔다.
이 가사, 혹시 ‘알콜 이즈 매직(alcohol is magic)‘은 아니었을까?
영어로 하려면 전부 다 영어로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순간,
쓸데없는 카피라이터의 직업병이 발동했다. 가사를 ‘쪼기’ 시작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것이다.
‘알콜이 매직’과 ‘알콜 이즈 매직’.

물론 이 가사를 ‘술이 마술’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걸 알콜이 매직이라고 쓰는 것과
알콜 이즈 매직이라고 쓰는 건 굉장히 다르다.

카피를 쓸 때도
‘-하자’와 ‘-해요’와 ‘-한다’와 ‘-해야겠다는 생각’은
얼핏 보면 대세에 지장없는 한 두 글자 차이지만
그 함의는 엄청나게 달라지는 법이니까.

카피라이터의 망상은 계속 이어졌다.

‘원래 가사는 ‘알콜 이즈 매직’,이지만
내가 작사가라면 ‘알콜이 매직’을 고르겠어!’

그리고 혼자 매우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원래 가사는
oh ivory magic!
이었다…..





p.s.
그러나 그래도 지구는 돈다던 갈릴레이의 마음으로,
거기에 알콜애호가의 마음을 한껏 더해,
나는 아이보리 매직보단
알콜이 매직,이란 가사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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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알리바이

물론 나는 내가 늘 헛짓거리를 하며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내가 보낸 시간들에 대해 충실히 알리바이를 찾아놓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 시간이 아예 의미없는 시간은 아니었어’라고 나를 위로하는, 내 인생의 알리바이. 내가 찾지 않으면 그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 내 인생, 내 시간에 대한 마지막 예의.

그러나 도저히 알리바이를 대줄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나는 왜 그런 말을, 그런 행동을, 그런 사람과, 그런 시간을 보냈는가. 남는 건 그저 인지부조화.

하지만 걱정하지말자. 인간의 자존심은 기억을 이긴다. 곧 그럴싸한 알리바이를 찾아낼 것이다.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물론, 아직도 못 찾고 있기는 하지만.)

어쩌면 그냥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사람에 대한 선구안이 좋았던 Y양은 순간 바람에 흔들려 자신의 육감적 선구안을 무시했었다고. 결국, 결과는 헛스윙이었다고. 그 헛스윙은 이번 타석을 삼진으로 마무리했다고. 타율은 형편없이 떨어지고, 나는 이제 공이 무섭다고. 배트를 잡고 싶지 않다고.